윤석열 대통령 "모든 독립운동 합당하게 평가…역사 독점 안돼"

입력 2024-03-01 18:20   수정 2024-03-02 02:28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행보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장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외교, 교육, 문화 분야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들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보 성향 정권과 일부 역사학자들이 무장 독립운동 활동만 지나치게 부각한 것을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무장 독립운동 △외교 독립운동 △교육 독립운동 △문화 독립운동 등을 언급하며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외교와 교육, 문화 분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선각자’ ‘실천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모든 선구적 노력의 결과였다”며 “독립운동가의 피와 땀이 모여 조국의 독립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무장 독립투쟁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이들만 독립에 기여했다는 식의 해석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무장 독립운동을 깎아내리자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적인 평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많다.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세계 각국에서 외교 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이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독립 이후 한국의 성장을 언급하면서도 “자본도 자원도 없는 나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고속도로를 내고, 원전을 짓고, 산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한·미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사례를 거론하며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고 극찬했다.

고속도로를 지목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말은 두 전직 대통령의 결단을 시사한 것인데, 굳이 연설에 특정 지도자 이름을 거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919년 3·1운동 당시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의 핵심을 ‘자유주의’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었다”며 “선열들이 흘린 피가 땅을 적셔 자유의 싹을 틔우면 후손들이 자유와 풍요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 독립 투쟁”이라며 “왕정의 복원이 아닌,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통일을 강조한 것은 북한 주민들도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야 3·1운동이 완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2434자 분량의 기념사를 통해 독립(21회) 자유(17회) 국민(12회) 북한(9회) 통일(8회) 등을 많이 언급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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